엄마의 일기장

<aside> 📖 우리는 제법 오랜 시간을 함께 했다. 만남에 대한 헤아릴 수 없는 느낌. 그에 대한 행동과 선택, 처음 만났을 때의 청량감. 무엇인가를 분명히 책임져야 한다는 순수한 의무감.

오랫동안 뒤적이고 가지고 다녀서 낡았지만 예쁘지 않지만, 결코 아무렇게나 던져버릴 수 없는, 소지품 같은, 서랍 속에 깊이 넣어 보관해야 할 것 같은 어떤 기억들 이제 다시 더듬어 본다.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때도 빈손, 빈 주먹 가진 것은 열정 하나 그렇게 시작했고 지금 역시.

달라졌다면? 뒹굴며 허덕이며 처절히 사랑하면서 맺은 열매 하나 어쩌면 그것이 지상 최대의 목표인지도 모를 규빈이 그리고 당신, 당신의 갈비뼈. 서로가 조금씩 지쳐있다는 것 뿐 무성의 해지고 드문드문 싸우기도 한다. 마음이 아픈 만큼 사랑이 성숙한 만큼 생활이 우리를 속일 때마다, 속혔음에 분노할 때, 그 현실과 내가 동떨어져 있다 느낄 때, 식어가는 것이 아닌가 하고는 의문들 때, 이렇게 따진다면 한 순간도 조용할 때가 없다고 해야겠지만 언제나 사랑이라는 단어로 막을 내렸었고 다음날 다시 막은 올랐다.

어쩌면 인생이라는 것 마치 낙엽 같은 건가. 이제 그 뜻이 진정 무엇이든 이젠 내 나름대로는 납득이 간다.

아리따운 노랑연둣빛으로 투명하게 나서 싱싱 푸르름 초록빛 인생이더니 뜨거운 여름 열기 익어서 꽃빛 가을빛 빨강 노랑 보라 갈색 한 잎 두 잎 떨어져 내리는 그에 비한다면 난, 당신은 지금 어디쯤 와 있는 건지. 아름다와라. 푸른 초원 아직도 거기 머문다. 이름 지을 수 있을까. 사람들은 저마다 분투 질주하는데 왜 인지. 무슨 이유인지. 그들에 내 자신은 히죽이 비웃어 버리고 만다. 속으로는 그거 자네들은 아무것도 아니네 소리하면서.

"사랑하는 당신.

오늘은 더더욱 함께일 수 밖에 없는 천생연분이라는 말이 생각납니다. 그리고 지난 기억들 아쉬운 것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더 열심히 살아요 우리. 더 정진하며 노력하며 힘껏 우리의 열매를 위하여 맘껏 행복을 누리며, 우리 자신을 위하여 미래를 위하여 - 1993년 6월 15일"

어쩌다 발견한 결혼 7년차 울 엄마의 빛 바랜 일기장. 치열하게 살아가고 순수하게 사랑한 소중한 흔적.

어느새 나도 이런 사람을 만나 결혼하고 이렇게 살아가고 이렇게 사랑하고 있다.

지난 5년간, 며칠을 빼놓고는 매일을 아내와 함께 밥 먹으며, 얘기하며 울고, 웃고, 그렇게 지내다 보니 어쩌면 너무나도 당연하게 여겨 지나쳤던 우리 가족의 '세월'이 당연한 것이 아닌 '당신의 마음을 가득 담은 사랑의 흔적'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최근 들어 매일 저녁 삶에 묵직하게 짓눌려 집에 쳐진 어깨를 가지고 들어올 때면 이렇게 매번 바쁘다, 힘들다 핑계 대다 가족의 사랑을 원 없이 누릴 수 있는 시간이, 아름다운 흔적을 남길 수 있는 시간이 내 생각보다 짧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가슴이 먹먹하고 시려지는 순간도 있다.

부모님께도, 장인어른과 장모님께도, 아내에게도 얼마나 많이 사랑하는지 따로 표현하지 않은 날들이 대부분이었지만, 당장 오늘부터 사랑한다고 표현해야 되겠다.

이렇게 가끔씩 전하는 사랑의 표현이 우리 가족의 삶을 풍성하게 할 것을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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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n1wjpR72Rhg


2020 과천축제 🎨 드로잉클라운 [숨은 그림 찾기]

삶의 한 장면이 한 장의 그림이 된다면! 드로잉 클라운(Drawing Clown)은 크로키키 브라더스에서 활동중인 공연자이자 마임이스트입니다. 무대 위의 모습만큼이나 멋진 일러스트레이터와 디자이너이기도 해요. 꾸물대는 아이디어를 참지 못해 틈틈이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그림을 그립니다. 크고 작은 이야기, 추억과 소망, 상상과 꿈까지 무엇이든 그림이 됩니다. 우리는 과천의 이야기들, 시민들의 이야기를 들었어요. 안타깝게도 축제는 취소가 되었지만, 그려두었던 그림들이 여러분을 만납니다.

2020 과천축제, 못다한 이야기 www.gcfe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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